패스트페이퍼가 향한 곳은 태국 방콕. 나이키가 새롭게 선보인 스니커 ‘Dn8’을 기념하는 행사 ‘Station 8’을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Station 8’은 태국부터 멕시코까지,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여덟 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였는데요. 참석한 아티스트들은 에어맥스 Dn8에 장착된 여덟 개의 튜브에서 영감받은 실험적인 작품들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뮤지션 진초이, 베이킹 아티스트 겸 비주얼 디렉터 콘페티 야드, 그리고 게임 개발자 멜트미러가 출격했어요.
이들이 방콕으로 떠나기 전, 약 한 달간의 협업 끝에 탄생시킨 결과물은? 바로 <Echoes of the 8th Move>! 중동과 아프리카의 보드게임인 ‘만칼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게임 작품입니다. 룰은 유니크하고 직관적입니다. 손으로 돌을 옮기는 대신 Dn8의 에어 유닛을 닮은 핑크빛 양갱을 숟가락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죠. 여기에 진초이가 쓴 미공개곡 ‘MAGIC 8 BALL’이 배경음악으로 더해지며 나이키를 통해 성사된 3자 협업이 완성됐습니다.

한국 아티스트들 외에도 일본 에어브러시 아티스트 다이몬 료타, 태국 콜렉티브 아이워너방콕, 멕시코 디자이너 코바동가, 호주 포토그래퍼 벨라 로크가 에어맥스 Dn8의 ‘Unreal Movement’를 각자만의 스타일로 표현했고요. 이를 통해 스포츠, 문화, 혁신을 결합시킨 나이키의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패스트페이퍼는 이 행사에서 작품을 선보인 한국 아티스트 진초이, 콘페티 야드, 그리고 멜트미러를 만나 이번 협업부터 개인 작업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들의 협업은 3월 27일, 서울에서 에어맥스 데이를 기념한 전시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니 끝까지 주목해 주세요!
진초이
자이언티의 레이블 스탠다드 프렌즈 소속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지난 10월, 16세에 작사, 작곡부터 뮤직비디오 디렉팅까지 직접 한 데뷔 EP <mom!!iminluv>를 발매했습니다.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아버지와 스타일리스트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나이부터 늘 음악과 함께 해온 진초이는 자신이 언젠간 자연스럽게 뮤지션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진초이’라는 이름의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고, 올해 16살이에요. 현재 스탠다드 프렌즈 소속의 아티스트이자 하이브의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스니커헤드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신발을 되게 좋아해요. 스니커헤드라 나이키를 당연히 애정하고 있었는데, 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의미 있었어요.
어린 나이에 뮤지션으로 데뷔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당연히 뮤지션을 하게 될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보통 사춘기에 들면 “나 이제 뭐 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갖기도 하잖아요. 그때부터 저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은 잘 모르셨어요.
어릴 적 영상을 보면 제가 동화책을 멜로디를 넣어서 읽고 있더라고요. 또 제가 평소 도자 캣을 엄청 좋아하는데, 특히 ‘Woman’이라는 곡을 즐겨 들었었어요. 차 뒷자리에 앉아서 이 곡을 아무렇지 않게 불렀는데, 부모님이 갑자기 차를 세우시더니 귀를 기울여서 듣는 거예요. 다 부르고 나니 아빠가 놀란 반응을 보이셨어요. 이후 녹음까지 하게 됐는데,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됐어요.
진초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내놓은 작업물이 데뷔 EP <mom!!iminluv>이죠. 직접 작사, 작곡, 뮤직비디오 디렉팅까지 해서 그런지 진초이라는 아티스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데뷔 앨범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의 영향을 확실히 크게 받았어요. 어릴 때부터 뮤지션 언니, 오빠들이 부스 안에 들어가서 녹음을 하는 거나 아빠가 건반 치는 걸 구경하면서 자라서 이 모든 게 당연히 여겨졌던 거 같아요.
EP는 제가 혼자서 만들고, 뮤직비디오도 다 나온 상태에서 스탠다드 프렌즈와 계약을 맺고 발매하게 됐어요. 뮤직비디오는 친구들을 불러서 캠코더 하나 가지고 여름에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담았어요. 곡들은 방구석에서 녹음해서 만들었고요.
도자 캣을 가장 즐겨 듣는 아티스트로 꼽았는데, 특별히 빠져 있는 음악 장르가 있나요?
장르에 대해선 완전히 열려있어요. 가리는 것 없이 다 듣는데, 특히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가진 아티스트들에게 끌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도자 캣,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그리고 요즘엔 도이치처럼 본인의 색이 강한 분들을 좋아합니다.
음악 외에 관심 갖고 있는 분야는요?
패션에도 관심 많고 운동하는 걸 좋아해요. 스케이트보드도 타고, 예전에 축구도 했었어요. 취미가 많아요.
작업이 잘 안 풀릴 땐 어떻게 대처하는 편이에요?
16살이라서 할 수 있는 건 지는 모르겠는데, 녹음할 때 친구들에게 의지하는 편이에요. 친구들이 다 해외에 있거나 멀리 있는 편이거든요. 녹음하다가 안 풀리면 친구들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요. 수다 떨다 보면 친구들이 재밌거나 웃겼던 일들을 말해주는데, 이게 가사 소재로 쓰일 때도 있어요.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면 텐션이 다시 올라와서 녹음을 다시 이어갈 수 있어요. 지금은 친구가 가장 좋아요.
지금까지 나온 곡이 많지 않은데, 아껴둔 곡이 수십 개나 된다면서요.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이제 1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 제가 노래를 정말로 잘하는 건지, 노래를 정말로 잘 만드는지 보기 위해 다양한 장르로 테스트를 해봤어요. 그 당시에 나온 곡들도 많고, 제 작업 방식도 원테이크로 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빠를 땐 하루에 4곡을 만들기도 해요.
아티스트로서 꿈이 있다면요?
언젠가 코첼라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미국에 있는 제 친구들은 코첼라에 놀러 가는데, 저는 지금 놀러 가질 못하니 차라리 미래에 공연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미국 <SNL>에도 나가보고 싶어요.
콘페티 야드
조소를 전공한 윤세화는 젠틀몬스터에서 공간 디자인을 한 이후 아트와 제빵을 접목시킨 베이킹 스튜디오 ‘콘페티 야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펴보면 베이킹을 실험적인 예술의 형태로 풀어낸 작업 세계를 확인할 수 있죠. 신설동에 위치한 윤세화의 스튜디오에서는 실제로 먹기 좋은 쿠키, 까눌레, 소금빵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스튜디오이자 활동명을 콘페티 야드로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10년 전에 친구랑 ‘콘페티 스토어’라는 걸 잠깐 했었어요. 그땐 빵과 전혀 상관없는 사업을 했었는데, 베이킹을 시작하면서도 ‘콘페티’라는 이름을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나만의 시그니처 대신 폭죽처럼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는 공간은 정말 작지만, 정의되지 않은 색깔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고, 제 작업 세계를 ‘생각의 장’으로 펼쳐내고 싶어서 콘페티 야드를 이름으로 정하게 됐어요.
또 콘페티 야드는 확장성을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기도 해요. 버티고개 쪽에 ‘콘페티 쇼’라는 또 다른 이름의 공간이 있는데, 1평짜리로 크기가 매우 작아요. 콘페티 쇼는 작은 전시나, 베이킹과 접목시킨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실험’을 위한 곳이에요. 이곳에서는 저보다 협업을 통해 전시를 여는 사람을 조명하려고 합니다.
일종의 ‘콘페티 버스’를 만들고 싶으신거군요.
맞아요. 그래서인지 ‘빵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질 않았으면 해요. 처음 시작할 땐 구운 과자만 판매했지만 그때도 콘페티 야드를 ‘구운 과자집’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던 것 같아요. 확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젠틀몬스터에서는 공간 디자인을 했었는데, 퇴사하고 베이킹을 택한 이유는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홈베이킹을 워낙 좋아했고 유튜브로 조금씩 배우기도 했어요. 베이킹에 쓰이는 재료들을 만지다 보니 제가 대학교 때 조소를 하면서 만지던 재료들이랑 되게 닮은 특성들이 많다는 걸 체감하게 됐는데요. 오히려 베이킹을 정석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더 베이킹의 확장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양한 재료들로 실험을 할 수 있었죠.
그뿐만 아니라 제가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미술을 하는 작가로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작품을 계속 만들다 보면은 쓰레기가 쌓일 수밖에 없거든요. 베이킹의 일회성이라는 특징도 저에게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베이킹의 틀에서 벗어난 작업물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실험이 있나요?
저는 음식이라는 재료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실험을 즐겨요. 제가 만든 빵 스피커도 친구랑 같이 제작을 한 건데, 일반적인 스피커 안에는 스펀지를 활용해 소리가 튀지 않게끔 하는 기능이 있거든요. 그 흡음을 대신할 수 있는 재료를 ‘빵을 이용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었어요.
빵 스피커 외에도 크림이라는 부드러운 질감의 재료로 칼각을 잡아서 굉장히 단단해 보이도록 조각을 하거나, 재료 그 자체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을 즐기고 있어요.
나이키 ‘Station 8’ 프로젝트에 멜트미러, 진초이와 함께 게임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게임 보드와 분홍빛 양갱 젤리를 제작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 보드판 제작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젠틀몬스터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음식과 음식이 놓이는 공간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이번에 제작한 게임 보드를 ‘미식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식탁’으로 해석했어요.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는 것 그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는 ‘매개체’로 소개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끔요.
그래서 먹는 행위와 게임하는 행위와 섞어봤어요. ‘만칼라’라는게 사실 편하게 손으로 하는 게임인데, 숟가락으로 하면 되게 불편하면서 이상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래서 ‘초현실적인 다이닝’ 경험을 만들고자 게임에 쓰이는 돌을 동그란 양갱으로 만들었어요.
이렇게 설명 들으니 재밌네요. 의도한 대로 이상한 광경을 만들어냈거든요. 부스를 찾은 외국인들이 가느다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서 숟가락질을 하고 있는데 입엔 아무것도 안 들어가는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맞아요. 누구나 퍼포먼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작업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가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에어 맥스 Dn8의 도면을 받았었는데 발의 무게중심에 따라 에어 유닛들이 순환한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운동화의 그런 움직임과도 부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베이킹을 주 매체로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베이킹 밖의 작업들도 선보이고 있어요. 가끔가다 패션도 접목시킨 작업물도 찾아볼 수 있고요.
아트와 패션은 떼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아요. 제가 전에 근무한 회사도 패션 회사였고, 전공도 미술이었던지라 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요. 사실 베이킹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베이킹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더 쓰는 게 맞겠지만, 저는 그것보다도 패션과 아트를 보며 베이킹이랑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슈톨렌 가방이 만들어진 거고요. 베이킹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빵이 꼭 주인공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예술을 계속하고 싶긴 했지만 단순한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펼치기엔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어 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합치면 어떨까 생각했고요. 그래서 저는 사실 베이킹만 두고 봤을 때 자신이 없는 편이긴 한데, 동시에 베이킹을 하시는 분들은 창의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럼 콘페티 야드라는 아티스트는 어떤 타이틀이 어울리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파티시에는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이도 저도 아닌 곳에 있고 싶어요. 베이킹 아티스트라도 부르는 분들도 있는데, 이것 또한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저에게 맞는 타이틀을 찾는 중이고, 아직도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몰라서 ‘베이킹 아티스트(비주얼 디렉터)’ 이런 식으로 쓰고 있긴 합니다. 푸드 아티스트도 아닌 것 같고, 뭐가 어울릴까요? (웃음)
멜트미러
대중들에겐 에스파, 실리카겔 등 아티스트들의 ‘쇠맛’ 뮤직비디오를 만든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게임 개발자’로 불리고 싶은 크리에이터에요. 멜트미러는 무려 10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2024년을 뒤로하고, 2025년에는 게임에 집중한 작업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멜트미러라는 이름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요.
과거에 했던 인터뷰에선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좀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멜트미러’는 사실 제가 가장 처음으로 만든 네이버 블로그 아이디였어요. 지금도 쓰고 있고요. 큰 의미 없이 만들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단어를 합친 단어예요.
별생각 없이 지었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의 작업물과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그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어쨌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막연히 떠올린 거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저의 어떤 면모들이 압축돼 들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대중들한테는 뮤직비디오 감독 멜트미러로 알려져 있지만, 게임 크리에이터로 불리고 싶다고 들었어요.
우스갯소리로 ‘게임 개발 호소인’이라고 얘기하곤 해요. 이게 농담 반 진담 반인데, 진담인 이유는 제가 원하는 규모의 게임을 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요즘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게임 플레이와 개발에 쓰고 있긴 하지만 아직 결과물을 번듯하게 선보인 건 아니라 계속 호소인이라고 주장하는 거예요. 어찌 보면 저 자신에게 다짐 같은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걸 흐지부지하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과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 이 둘의 닮은 점은 뭐예요?
사실 닮은 게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애초에 방식이 너무 다른 두 매체라. 그래도 조금 축약해서 닮은 점을 찾아본다면 시각적이고 타임라인을 기반에 둔 결과물이라는 것 같아요. 다만 타임라인 면에서 차이가 있어요. 뮤직비디오는 억지로 시작과 끝을 앉아서 봐야 되는 일직선 전개라면, 게임은 다양한 변수들 사이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을 계속 그리면서 끝까지 가게 되죠. 그런 면에서 게임이 그만큼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뮤직비디오는 기획부터 최종 결과물까지 2, 3개월 안에 모든 걸 끝마친 후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잖아요. 반면 게임은 계속 돌봐야 한다는 느낌이 강해요. A에서 B로 가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야 하는데, 동시에 이 변수들이 다 재밌어야 한단 말이죠. 그래서 더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뮤직비디오와 게임을 결합한 무언가를 만드는 시도도 해본 적 있나요?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등의 뮤지션들도 전부 한 번씩은 뮤직비디오와 게임을 결합한 앱을 출시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게 앨범을 위한 티징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아예 뮤직비디오라고 못을 박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고요.
이런 시도들이 되게 재밌고 인터렉티브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한편 굳이 뮤직비디오인 동시에 게임일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둘을 합치면 음악의 흐름을 절대로 해치지 않아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한된 시간 안에 게임적인 표현과 타임라인을 지켜야 되는 과제가 생기는데, 과연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실은 게임인데, 이미 그 안에 뮤직비디오 요소가 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모르겠네요. 그 고민을 최근에 해본 적은 없어요.
나이키에서 ‘Station 8’ 프로젝트로 섭외를 받았을 당시에, 나이키 팀에서는 멜트미러님이 게임 개발자로 참여할 생각이었다는 걸 몰랐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처음에 섭외가 들어왔을 때 “게임으로 해도 돼요?”라고 물었는데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게임이 아니라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긴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작년에 너무 많은 영상을 만들기도 했고, 제가 요즘 느끼는 생각들이 어찌 보면 뮤직비디오와는 조금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 보니까. 그리고 제가 게임 개발자라고 스스로 소개한 지도 이제 한 2년 정도 됐고요.
제가 속해 있는 팀인 isvn을 통해서든, 또는 개인적으로든 다양한 형태의 게임들을 선보이긴 했지만, 전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펼쳐질 게임은 또 문제더라고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었어요. 게임의 호흡을 혼자 게임을 할 때처럼 장시간이 아닌, 10분에서 길면 30분 사이로 설정해야 하거든요. 사람들이 와서 계속 관람을 해야 하니까요.
사실 게임에서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걸 전달하기는 어려워요. 전시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니 결과물이 조금씩 아쉬운 거예요. 이게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이 맞나, 혹은 우리가 만족할 만한 포맷의 게임인가라는 고민을 항상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진짜 게임을 만들어야 되는데’라는 개인적인 갈증이 생기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던 중 나이키로부터 의뢰가 온 거예요. ‘Station 8’을 통해 만든 게임도 전시장 게임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나이키가 전개한 아이덴티티, 그리고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를 따져보니 이전과 다르게 조금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콘페티 야드, 진초이와 3자 협업으로 이뤄졌어요. 게임과 음악은 뗄 수 없기 때문에 진초이와의 작업은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은데, 베이킹 아티스트인 콘페티 야드와의 협업은 어땠는지 궁금했어요.
음악은 게임의 중요한 요소이고,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룰을 더 구체화시킬 수 있는데, 베이킹은 정말 새로웠어요. 이걸 어떻게 풀면 좋을지 고민했는데, 콘페티 야드는 베이킹을 시각적 오브젝트 제작으로 풀어내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접점을 잘 찾을 수 있었어요. 또 어떤 부분에서는 아트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했고요.
이번 프로젝트가 정말 좋았던 건, 해외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작업물을 세팅한 ‘방식’을 직접 본 거예요. 모두 자신만의 핵심 이미지, 자기만의 ‘한 방’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런 힘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여기에 포함돼 좋은 것보다, 제가 원래 있던 필드와 굉장히 다른 태도를 경험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최종적으로 서울에 갔을 때 “이런 느낌들을 더 강화해야 우리가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요. 나이키 스태프분들도 애정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서 전반적으로 즐겁게 임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