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졸업 컬렉션을 선보인 뒤 15년간 디자인 세계를 펼치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 디자이너, 시몬 로샤를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리졸리와 손잡아 발간한 로샤의 첫 번째 책, 그리고 2025 봄, 여름 컬렉션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그녀는 오늘,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 북 사이닝 행사를 앞두고 있죠.

2024년 1월에 장 폴 고티에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해 ‘걸 코어’, ‘코케트 코어’ 트렌드를 불러일으킨 로샤! 리본 디테일뿐만 아니라 발레 투투 스커트와 같은 아이템들로 사랑받는 그녀는 며칠 전, 처음으로 풀 남성복 컬렉션을 룩북으로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그녀에게 여성성, 지난 2월 런웨이에 깜짝 등장한 배우 김민하와의 인연,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2025 봄, 여름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및 북 사이닝 행사를 위해 10 꼬르소 꼬모 서울을 찾았어요. 한국을 방문한 게 처음인가요? 서울의 패션 씬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이번이 세 번째에요. 정말 오랜만에 왔는데, 한국의 패션 씬은 왠지 저와 가깝게 느껴져요. 여성스러움을 포함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강조한 룩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10 꼬르소 꼬모 갤러리 스페이스에 전시된 2025 봄, 여름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한테 영감받아 도발적이면서 유쾌하고 유혹적인,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컬렉션을 디자인했어요. 무대 위의 공연과 동시에 백스테이지에서 일어나는 긴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해당 컬렉션에서 한국 팬들이 특별히 좋아할 것 같은 룩이 있다면요?

제 생각에는 발레 투투 룩들과 컷아웃 디테일이 포인트인 메리노 니트웨어 아이템들을 좋아해주실 것 같아요.

지난 2월, 런던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5 가을, 겨울 런웨이에는 배우 김민하가 등장해 한국에서 지켜보는 팬들을 놀라게 했어요.

2025 가을, 겨울 컬렉션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모델뿐만 아니라 배우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에게 섭외했죠. 단순히 캣워크에 오르는 것으로 끝나기보다는 평소에 브랜드와 좋은 관계를 가진 이들에게 먼저 연락했습니다. 김민하 배우는 시몬 로샤 아이템들을 여러 차례 착용한 바 있어 연락을 주고받아왔기 때문에, 런웨이를 준비하며 모델이 되어주지 않겠냐고 물었어요.

2023년부터 런웨이에 남성복도 함께 선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브랜드 창립 이래 최초로 풀 남성복 컬렉션을 룩북으로 공개했어요.

전반적으로 제 작업에 더 실용적인 느낌을 가져다주는 점이 흥미로워요. 남성복을 다루다보니 테일러링을 하는 방식이라던지, 제가 익숙한 여성복을 다룰 때와는 다른, 새로운 규칙들 안에서 저만의 디테일들을 더하는 게 즐겁습니다.

시몬 로샤에게 ‘여성성’이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워요. 여성성은 사람마다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매력이죠. 저로 말하자면, 여성성이란 강인하면서도 민감할 줄 아는 것입니다.

작년 초, 장 폴 고티에와의 쿠튀르 컬렉션으로 ‘코케트 코어’ 붐을 일으켰는데요.

저도 굉장히 놀랐어요. 사실 ‘코케트 코어’라고 불리는 이 스타일은 제가 늘 해왔던 거니깐요. 이런 룩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패션을 재미있어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좋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시몬 로샤 하면 리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텐데요. 리본 외에 사람들이 주목해줬으면 하는 시몬 로샤만의 특별한 디테일이 있다면?

첫눈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실루엣이나 소재보다 그 아래에 숨겨진 디테일들을 찾는게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레이스나 리본을 활용한 룩이 있다면 남성적인 신발을 더해 균형을 맞출 때가 있고, 또는 테일러드 재킷 아래 폭발하듯 튀어나오는 발레 투투를 더하기도 하죠.

아일랜드에서 자랐지만 아버지는 홍콩 출신이고,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하죠. 이러한 배경이 시몬 로샤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서로 다른 곳인 아일랜드와 홍콩에 기반을 두다보니 대조와 모순이라는 주제에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늘 자라온 곳에 있으면서도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고, 반면에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은 곳이지만 고향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죠. 이런 감정들은 매번 컬렉션에 녹여내려고 합니다.

올해는 시몬 로샤가 런던 패션위크에서 데뷔 쇼를 선보인지 15년이 되는 해죠. 과거의 시몬 로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여정은 길테니까, 매 순간 하는 일에 인내심을 갖고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이 여정을 더욱 길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현재까지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딱 하나를 꼽자면?

하나만 고르기엔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최근의 경험을 꼽자면 아무래도 장 폴 고티에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디자인한 것이죠.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패션이 지겨워질 때도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해요.

말처럼 쉽진 않지만, 정말 모든 걸 다 끊어내고 쉬는 시간이 필요해요. 저는 시골에 가서 휴대폰도 끄고, 정원을 가꾸고 수영하는 걸 좋아합니다. 일을 할 땐 미치도록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완벽하게 쉬려고 해요.

집을 나설 때 이것만큼은 꼭 챙긴다! 하는게 있다면?

사실 저는 덜렁대는 편이라서 휴대폰을 잃어버릴 때도 많거든요. 아무래도 열쇠는 꼭 챙겨야겠죠? 그것 또한 까먹고 나가는 날이 많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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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paper, Simone Rocha, Getty Images, @minhakim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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